가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/ 이채
가을엔 당신을 감싸주는 따뜻한 눈물이고 싶습니다
내 가슴에도 한그루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 때
단풍잎 줄기마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새기며
참 사랑의 의미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
때로는 나보다 당신을 위해
한걸음 물러설 줄 아는 아름다운 포기를 배우고 싶습니다
그것은 포기가 아닌 나를 더욱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
가을 잎새처럼 낮게 떨어질 줄 아는 담담한 용기라는 것을
가을엔 별들의 눈망울도 차가워지는 계절
저녁이 오기 전에 내 방에 많은 햇살을 담아 두고 싶습니다
어느날 밤 당신에게 시리도록 찬바람이 불어올 때
그래서 당신이 추위에 떨어야 할 때
한줌의 햇살로 촛불같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
병풍처럼 서 있는 이불 한채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기를
때로는 나보다 당신의 추운 밤을 위해
지지 않는 사랑의 뜰에 등잔같은 꽃불을 피우고 싶습니다
당신을 위해 파아란 가을 하늘이 되고 싶은 날
나 혼자만의 행복이란 결코 진정한 행복이 아닐테니
강과 숲이 보이는 청자빛 가을창을 열어두고
당신과 나, 함께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며
가장 오래도록 미소 지을 수 있는 푸근한 위로
가장 깊은 곳에 간직할 수 있는 끈끈한 믿음
가을엔 소중한 당신에게
다시 필 수 있는 까만 꽃씨 한알의 사랑이고 싶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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