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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소리

늘~ 푸른 2012. 3. 15. 22:01

 





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소리 
 

 

      
      조선 선조때, 
      우연히 어느 벼슬아치의 환송 회식에 참석한 
      정철과 유성룡, 이항복, 심희수, 그리고 이정구 등 
      학문과 직위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
      한창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
      ‘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’ 라는 
      시제를 가지고 시 한 구절씩을 읊어 
      흥을 돋우자고 의견을 모았다. 
      그러자 정철이 먼저 운을 뗐다. 
      
      淸宵朗月 樓頭遏雲聲 청소낭월 누두알운성 ………………鄭澈 
      맑은 밤 밝은 달 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, 
     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 
      
      滿山紅樹 風前遠岫聲 만산홍수 풍전원수성 ………………沈喜壽 
     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, 
      먼 산 동굴 앞을 스쳐서 불어 가는 바람 소리 
      
      曉窓睡餘 小槽酒滴聲 효창수여 소조주적성 ………………柳成龍 
     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, 
      작은 통에 아내가 술을 거르는 그 즐거운 소리 
      
      山間草堂才子詠詩聲 산간초당 재자영시성 ………………李廷龜 
     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 
      
      洞房良宵 佳人解裙聲 동방양소 가인해군성 ………………李恒福 
      깊숙한 골방 안 그윽한 밤에, 
     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 
      이 날 저녁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성대감의 
      ‘여인이 치마 벗는 소리’ 가 
      단연 압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칭찬했다. 
      당대에 내노라 하는 대 학자요 문장가요 
      정사를 좌지우지할만한 정치가였지만 
      그들이, 
      아무리 유학의 궤범에 얽매여 살아간다 할지라도 
      인간의 본성에 치열하게 다가가서는 
      일개 장삼이사(張三李四)나 무에 다를 것인가? 
      '고쟁이를 열두 벌 입어도 보일 것은 다 보인다' 라는 
      옛 말대로 한번 품에 안아 본 여인의 모든 것을 
      설사 다 알고 있다 할지라도 남자의 귀에는 
      이항복이 말한 ‘아름다운 여인’ 으로 표현된 
      그 여인이 밤의 어둠 속에서 한 꺼풀씩 
      옷을 벗어가는 모습을, 
      사그락대는 소리로 듣는 그 정취(情趣)는 
      언제나 한 없이 설레이는 꿈으로 반갑기만 하다. 
      전혀 음란스럽지 않게 여인의 속살을 드려다 보는 듯한 
      그윽한 정감이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멋으로 다가오는가? 
      이들의 풍류와 해학과 멋 !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하고도 남기에 족하다. 
      우리는 어찌해야 저들의 그림자라도 쫓아 가랴...